법원에서는 어떻게 하면 판사들이 사건 당사자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면서 재판을 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있다. 그 해결 방안으로서 법정언행개선을 위한 간담회 등이 열리기도 한다. 법정에서 사건 당사자들이 밑에서 법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법대 위의 판사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의외로 "눈맞춤"이었다.
법정에서 판사가 하는 말이 어렵다거나 발언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였다는 등의 불만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판사님 재판할 때 한번이라도 눈을 마주쳐 주세요"라는 것이 요구사항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가만히 생가해보면 혼자가 아닌 이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첫 걸음이 바로 눈맞춤이 아니던가, 그러고보니 당사자들이 바라는 바가 "판사와의 눈맞춤"이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출생 후 부모가 별거하여 편모 슬하에서 자랐으나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동네 선배에게 비행문화를 습득하여 상당히 걱정이되는 사안이었는데, 얼굴을 들어 보라는 판사의 설득에도 이를 얼마 지속하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수개월이 지난 후 필자는 A군이 상담 및 교육을 받고 있는 시설에서 그 아이와 다시 만났다. 다행스럽게[도 A군은 주저없이 그 판사와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사실 법정에서 몇 번을 만났지만 A군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때 처음 제대로 볼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나하고 서로 눈을 마주 볼 수 있네? 라는 판사의 말에 아직은 어색한 미소를 애써 지어보이던 A군이 세상을 향해 다시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사람과 사람의 의사소통은 첫 걸음이 눈맞춤이라는 것이 새삼느껴진다.
목사들이 설교 할 때에도 회중과 눈맞춤이 없는 설교를 하는 몫사들이 더러 있는데 설교의 내춍이 소통되려면 먼저 회중과 눈맞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