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가톨릭의대 캠퍼스, 응용해부연구소가 자리한 연구동 4층에는 사후에 기증된 시신 200여구가 항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의학 연구에 써달라며 기증된 고귀한 몸들이다.
이곳에서는 그런 몸으로 해부학 실습을 한다. 의료 세미나도 수시로 열린다. 새로 나온 수술 기법을 배우려는 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의사 들이 기증된 몸을 대상으로 기술을 연마한다. 코 내시경을 이용한 축농증 수술, 복강경을 이용한 위암 수술을 익힌다.
신경외과 교수 가운데는 뇌 깊숙한 부위의 암 덩어리릉 제거하는 수술이 잡히면, 전날 이곳을 찾아서 연구한다. 매번 하는 뇌 수술이지만 정확한 해부학을 다시 파악하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면 환자의 뇌수술이 깔끔하게 끝날 확률이 당연히 높아진다.
3차원 의료영상을 통한 해부학 교육 장비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몸을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지 못한 의대생일수록 나중에 환자의 몸에 칼을 대는 외과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몸이 없으면 반쪽 의학교육이다. 현재 가톨릭의대에 시신 기증을 약속한 사람은 약 5만 명이다. 의대 교수도 있고, 그 부인도 있다.
신체장기나 인체 조직 중 기증으로 환자에게 쓰일 수 있는 항목은 150여 종이다. 피부는 화상환자에게, 뼈는 잘 낫지 않는 복합 골절 환자에게, 심장 판막은 심장병 환자에게, 혈관은 수술 부위 혈관을 이어주는 브리지로 쓰인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그 수요의 90%를 외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현대의학이 아무리 첨단을 걷는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주신 신체와 장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인공 간이 개발돼 있다지만, 장기이식으로 들어오는 간의 1/4도 흉내를 내지 못한다.
간경화로 골골대던 환자가 간 이식 후 히말라야 등반에 나서기도 한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신장 투석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5년 정도이지만 신장이식으로 수십 년 간 새로운 삶을 영위한다.
이처럼 하나님이 주신 신체는 위대한 것이다. 그 존귀한 인권의 가치는 몸에서부터 시작된다. 몸은 공공의 자산이기도 한 것이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적인 매혈과 장기매매를 금지하는 것이다. 무상 기증으로만 남에게 줄 수 있고 그러기에 그 가치가 있는 몸이다.
인체 기증 운동을 펼치다 떠난 미국인 로버트 N테스트씨는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라는 시를 남겼다. "해질 때 노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나의 눈을 주십시오(중략)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기다리는 청년에게 나의 피를 주어 그가 먼 훗날 손자들의 재롱을 볼수 있게 해주고(중략) 나머지 것들은 재로 만들어 들꽃들이 무성히 자라도록 바람에 뿌려 주십시오"
150송이 꽃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몸이기에,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게 몸이다. 인간의 몸은 우주간에 이처럼 고귀하고 위대한 것이 없을 것이다. 인간의 몸은 생명의 불렉박스인 것이다.
감사합니다.
